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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리뷰] 나이프 by 살만 루슈디

by 시간여행자_이오 2025. 2. 13.

안녕하세요 시간여행자 이오입니다.

오늘은 제가 오늘로 마무리한 책 나이프 "Knife: Meditations After an Attempted Murder" 을 리뷰합니다.

 

혹시 내가 내 목소리를 냈다고 살해당할 뻔했다면?
내가 쓴 책이 특정 종교의 반대를 받아 금서로 지정되고, 나는 살해 위협을 받으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야한다면?

 

 

사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 가독성은 상당히 높지만 (작가가 글이나 표현을 굉장히 잘 쓰고, 전개 순서도 아주 쉽습니다.) 여러 문화적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배경을 설명해드릴게요.

 

배경설명: 루슈디와 무슬림교, 살해 위협

이 책의 내용은 작가 살만 루슈디가 살해 당할 뻔했을 때의 내용을 담습니다. 

루슈디는 부커상도 수상한 인도계 영국 작가로, 현재는 뉴욕에 거주 중입니다.

영국에서의 루슈디

 

그의 여러 저서들 중 소설 The Satanic Verses (악마의 시) 는 그가 이 일을 당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데요. 이 책에서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독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논란이 되었습니다. 루슈디는 소설이 출간된 1988년 이후 여러 살해 위협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심각성이 어느정도였냐하면,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는 무슬림들에게 루슈디의 살해를 촉구하는 fatwa (파트와, 종교 칙령)을 선포했고, 여러 종교 단체와 재단들도 루슈디에 현상금 (최대 330만 달러, 약 48억 원)을 걸었습니다. 영국정부는 그를 경찰인력을 동원해 보호한다는 이유로 여러 논란에 휩싸였고요. 

 

그러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잊혀지면서, 루슈디는 더이상 도망자나 보호받는 생활보다는 보통 사람의 생활로 돌아와서 뉴욕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책을 읽으시면 좀 더 이해가 빠르실 거에요.

 

 

책의 내용

루슈디가 공격받은 셔터쿼 주의 강연장

이 책에서는 그렇게 현실을 잘 살고 있던 루슈디가  2022년 8월 12일 뉴욕주 셔터쿼에서 열린 문학 축제에서 무슬림 청년 마타르(당시 27세)에게 온몸을 찔렸던 사건을 다룹니다. 그 일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일어났을 때, 일어난 직후, 그리고 회복 과정을 루슈디, 1인칭 본인의 시점으로 회고합니다.

 

평화로운 70대의 노년생활에서 하루아침에 뒤바뀐 것들 - 쏟아지는 관심과 파파라치들, 첩보 작전과 같은 뉴욕 병원으로의 이송, 가족들의 방문과 고통스러운 재활, 그리고 본인의 극복 과정이 하나하나 그때의 감정을 잘 되살려서 기술되어 있답니다.

 

저는 특히 앞부분보다는 뒷부분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루슈디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아지면서 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아요.

 

며칠 전 공판에서가해자 하디 마타르

 

 

책의 의미: 이 사건이 루슈디에게 남긴 것과 생각해볼 거리

이 책은 두 가지 큰 의미를 크게 저에게 던져주었어요.

우선, 죽음과 삶의 동력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personal하게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어요. 본인은 갈기갈기 칼로 찢겼지만, 눈 하나를 잃었지만, 손 한 쪽도 완전한 회복은 못했지만, 어떻게든 살아갑니다. 동시에 암투병하며 훨씬 건강이 안 좋은 친구를 보죠. 그 장면들을 읽을 때는 오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70대가 되면 죽음은 늘 옆에 가까이 존재하나봐요.

 

그리고 그 둘 곁에는 아내와 사랑하는 친구, 가족들이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게 하는.

이 분들이 등장할 때가 항상 찡한데요, 가족들이 멀리서 날아와주고, 비행에 트라우마 있는 아들은 배를 타고 건너와서 곁을 지켜줍니다. 너무 보기 좋습니다. 감동적이죠. 

구스타프 클림트, 죽음과 삶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엔딩파트입니다.

루슈디와 그의 아내 엘리자가 함께 살해당할 뻔한 장소인 원형극장을 방문하는데요, 루슈디가 그의 아내에게 어떤 일이 어디서 벌어지는지 하나하나 설명을 해줍니다. 아내는 거기에 함께 있고 듣습니다. 이 부분이 저는 제일 찡하면서도 와닿았습니다.

 

내가 어떤 일을 당해서 너무 괴롭고 아무도 몰라줄 때, 그렇게라도 내 기억을 공유함으로써 나는 그곳에 더이상 혼자가 아니고, 나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함께 존재한다는 거. 그 자체로 위로가 되고, 살아갈 용기가 다시 생기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책을 보고 결혼하고 싶고, 이런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답니다. 하하 그리고 이런 사랑을 나도 하고 주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번째는 종교를 비롯한 우리가 접하는 여러 추상적 개념들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입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면, 우리는 추상적인 개념들 -국가, 종교 등-을 실제적인 것으로 생각해서 충성을 다합니다. 특정 종교를 믿고, 신념을 가지고, 내가 태어난 국가를 믿고, 전체주의를 지지하죠. 그리고 그 부분에 유발하라리는 질문을 던집니다. 루슈디 역시 비슷한 의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그의 책 'the Satanic Verses'는 이슬람을 비하하려고 쓴 책은 아닐지 몰라도, 저는 우연은 아니며 풍자의 목적으로 썼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난이 아닌 비판으로요. 우연은 아니라고 확신하는데, 인도 파키스탄이 종교로 인해 심한 대립을 겪었고, 분명 어느정도 기독교는 물론 이슬람교에 대해서 잘 알았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충분히 풍자하고 싶은 유인도 존재하죠 - 작가는 종교를 '비이성적인 고대의 산물'로 생각하며, 본인을 무신론자라고 밝혔습니다. 

2019년 한국 경제 https://sgsg.hankyung.com/article/2019030835531

 

저는 어느 특정 종교, 어느 집단이 힘이 세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앗아가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기독교를 개독교로 표현하고 싶다면,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어떤 뜻이나 전달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이죠. 어느 정도는 자극적인 표현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듣게 하는 장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야기를 우화처럼 쓸 수 있는 능력이 되면 훨씬 고차원적이고 더 좋고요!

 

이런 관점에서 9/11테러와 마찬가지로, 루슈디가 겪은 일련의 과정들은 종교로 인한 여러 전쟁과 분쟁 (기독교와 낙태, 가자 지구 전쟁 등), 그리고 국가들의 분쟁(나치의 제국주의, 중국의 중화사상, 미국의 MAGA)등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더불어 저는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들의 모습도 생각했죠. 자신의 글이 억압받았을 때, 침략을 우리는 받았고 일본을 숭상하라는 강요를 받을 때, 그것이 옳지 않다고 풍자하며 그들의 생각에 다양성을 심어주고 계몽시켜주고 싶을 때는 언제나 있으니까요. 다양한 이야기들 중에 검열되어서 자라면서 세뇌당한 이야기 말고, 이성적으로 다른 이야기들도 접해서 더 깨우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루슈디의 인상 깊었던 말들: 

We are engaged in a world war of stories- a war between incompatible versions of reality - and we need to learn how to fight it (p.179)

 

This, now, is the ugly dailiness of the world. How should we respond? It has been said, I have said it myself, that the powerful may own the present, but writers own the future, for it is through our work, or the best of it at least, the work which endures into that future, that the present misdeeds of the powerful will be judged. (p.180)

 

 

 

최근 업데이트: 증인석에 간 루슈디

공판이 그리고 드디어 며칠 전에 열렸다고 해요. 책에 보면, 루슈디는 두 번의 재판, 연방 법원과 주정부 법원,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요, 주정부 법원 재판에서 루슈디가 증인으로 출석했다는 기사가 마침 떴네요.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398086642069864&mediaCodeNo=257

 

한쪽 눈 잃은 `살만 루슈디`의 증언 “어두운 눈빛, 분노 가득”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8)는 11일(현지시간) 3년 전 자신을 공격한 하디 마타르(27)에 대해 “그의 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눈빛은 어두웠고 분노에 가득

www.edaily.co.kr

 

그럼 결과가 몇 주 후면 나올테니, 함께 기다려보자구요! 기다리는동안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저의 총 별점은 3.5점/5점이고요, 다음번에는 루슈디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네요. 혹시 루슈디의 소설 중에 추천하고픈 책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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